아이를 데리고 여행 갔다 온 부모는 왜 더 피곤할까
연차를 내고, 숙소를 예약하고, 짐을 싸고, 차를 몰고, 아이와 함께 떠났다. 이틀 뒤 돌아온 부모의 상태는 출발 전보다 더 나쁘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애가 있으니까"라고 답한다.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일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여행의 구조 자체가 부모의 회복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라면.
여행에서 부모는 쉬지 않는다
보통 가족 여행에서 부모가 하는 일을 나열해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 씻기고, 밥 먹이고, 옷 입히고, 짐 챙기고. 관광지에 가서 아이 손잡고, 화장실 데려가고, 먹을 것 사주고, 떼쓰면 달래고. 숙소 돌아와서 씻기고, 재우고. 그리고 나서 부모의 시간이 시작된다. 밤 10시쯤.
여행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뿐, 부모의 하루는 집에서보다 더 고강도다. 낯선 환경에서 아이의 안전까지 신경 써야 하니까. 집에서는 최소한 동선이 익숙하고 위험 요소가 파악돼 있지만, 여행지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다. 부모에게 새로운 것은 곧 경계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구조다
아이가 있어서 피곤한 게 아니다. 부모가 아이의 돌봄에서 한 순간도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가 문제다.
직장에서는 점심시간이 있다. 회의와 회의 사이에 커피를 마시는 10분이 있다. 그런데 여행에서 부모에게 이런 빈 시간은 없다. 24시간 내내 돌봄의 주체가 부모 본인이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는 아무리 좋은 호텔에 묵어도, 아무리 맛있는 걸 먹어도, 부모의 뇌는 쉬지 못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 부하가 계속되는 상태다. 몸이 쉬어도 머리가 쉬지 않으면 회복은 일어나지 않는다.
부모에게 빈 시간이 생기면 벌어지는 일
흥미로운 건, 이 구조를 바꿨을 때 부모에게 나타나는 변화다.
두런두런 가족형 워케이션에 참여한 49가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있다. 아이가 전문 돌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부모에게 하루 평균 6~7시간의 빈 시간이 생겼다. 그 시간 동안 부모들이 한 일은 의외로 소박했다.
혼자 카페에 앉아 있었다. 노트북을 열고 밀린 일을 했다. 산책을 했다. 낮잠을 잤다. 책을 읽었다. 그게 전부다.
그런데 참여 가족의 100%가 아이돌봄 만족도 9점 이상(10점 만점)을 기록했고, 장기근속의사 역시 9점 이상이 100%였다. 추천의향은 94%, 재구매의향은 91%에 달했다.
비싼 리조트나 해외 여행에서도 이 수치는 나오기 어렵다. 부모가 원한 건 화려한 경험이 아니라 아이 걱정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뜻이다.
아이도 부모가 없을 때 더 잘 논다
재밌는 건 아이 쪽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있으면 부모에게 의존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어색하면 엄마 뒤에 숨는다. 다른 아이와 부딪히면 아빠를 쳐다본다. 부모가 옆에 있는 한, 아이는 스스로 부딪히고 해결하는 기회를 갖기 어렵다.
그런데 전문 돌봄 인력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다르다. 처음 10분은 어색하지만, 또래 아이들과 함께 숲을 걷고 흙을 만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부모를 찾지 않는다. 아이가 스스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돌봄 프로그램이 끝나고 부모를 만났을 때,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오늘 이거 했어!" 신나서 들려주는 그 이야기는, 부모와 함께였다면 나오지 않았을 이야기다.
쉼에도 구조가 필요하다
일에 시스템이 있듯, 쉼에도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부모가 진짜로 쉬려면 두 가지가 동시에 성립해야 한다.
첫째, 아이가 안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확신. 단순히 맡기는 게 아니라, 아이가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신뢰가 있어야 부모의 뇌도 비로소 쉴 수 있다.
둘째, 부모 자신만의 시간이 보장되는 구조. 틈틈이 쉬는 게 아니라, 명확하게 내 시간이 블록으로 존재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갖춰지면, 여행은 비로소 회복의 기능을 한다. 2박 3일이라도 부모가 정말 쉬고 돌아올 수 있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부모와의 여행에서는 불가능했던, 자기만의 모험이 생긴다.
가족 여행이 매번 전쟁 같다면, 그건 가족의 문제가 아니다. 여행의 구조가 부모의 회복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조를 바꾸면, 여행을 다녀와서도 월요일이 두렵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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